무심(無心), 변심(變心), 상심(傷心), 관심(關心), 애심(愛心) 등 마음(心)과 관련된 17편의 단편 로맨스를 묶은 로맨스 단편집.
[곧 결혼하겠네. 남자가 꽤나 맘에 들어 하던데?] 시헌의 목소리였다. 놀란 모습 보이지 말아야 한다. 당황한 모습도, 너무 좋아하는 모습도 보여선 안 된다. 냉담하게, 아니 무덤덤하게 그저 그의 출연이 의외라는 듯 행동해야 한다. 등을 꼿꼿이 세우고 시헌을 향해 돌아섰다. [우연이야?] 시헌이 인상을 쓰며 서 있었다. [아니.] [일부러 나를 보러 여기까지 왔다는 말이야? 놀랍네.] 물끄러미 나를 보며 시헌은 힘없이 웃었다. [별로 놀란 얼굴이 아닌데?] [할 말 있어서 온 거야?] [할 말, 있었는데…… 해도 소용없을 것 같아. 원룸에서 언제 나왔어?] 기대하게 만들지 마. 어렵게 하루하루를 견디고 있단 말이야. 더 이상 나 흔들지 마. 우리 두 사람 사이를 먼저 깨버린 건 당신이잖아. 결혼한 부부처럼 죽을 때까지 같이 살 거라고 기대하진 않았지만 이렇게 빨리 헤어질 거라곤 생각도 못했어. 나, 아직은 시헌 씨 보내고 싶지 않았어. 왜냐하면…… 너무 사랑하거든. 하룻밤 자고 나면 그만큼 내 사랑이 식길 바랐어. 그러면 헤어질 때 덜 힘들잖아. 그런데 하루를 자고 나면 그 시간만큼 사랑이 쌓이고 마는 거야. 그렇게 당신을 만난 이후로 쌓이기만 한 사랑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