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눈물겹고 애처롭다. 모를 일이었다. 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원고 교정을 세 번이나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 년여가 넘게 소설을 써오던 기간에도내 내 그렇더니 원고 교정을 볼 때도 계속 그랬고 작가의 말을 쓰려는 지금도마 찬가지로 눈물겹다. 나의 인물들은 왜 새로운 세기를 향해 숨가쁘게 가면서도 '참을 수 없는 존재'의 무거운 그늘에 자신을 한사코 데려가려고 하는가멀고 먼 실존의 길을 풍찬 노숙으로 돌아와 이제 비로소 자궁 속처럼 고요하고산초 나무 어둔 그늘처럼 깊은 침묵의 방에 돌아와 눕는 느낌이다.
97년 연작 소설집 「흰소가 끄는 수레」를 펴낸 바 있으나 장편소설로 치면 91 년 「마지막 연인」을 출간하고 나서부터 꼭 팔 년 만에 신작 장편을 낸다. 데 뷔 이후 불같은 질주의 관성으로 소설을 써온 내게 팔 년여의 시가은 한 시대처 럼 길고 깊다.
팔 년이 어디 짧은 시간인가.
돌아보면 삶과 문학에 대한 원형적 질문에 묶여 분열하고 피 흘리는 나의 실존 적 자아가 그 시간대의 중심에 박혀 있다. 글을 전혀 쓰지 않고 용인 변방의 외 딴집에 갇혀 지냈던 삼 년여의 침묵 속에서조차 나는 통절한 반역을 꿈꾸었으 며 지금도 그러하다. 더구나 「흰소가 끄는 수레」에 실린 중.단편들은 모두고 백적 문체에 작가로서의 나 자신에 대한 성찰을 담고 있었기 때문에 자전적화 자에게서 떠나 그 책의 서문에 썼듯이 '또다른 살아 있는 미지의 인물'들을쫓 아 쓴 소설로는 실로 오랜만이 아닐 수 없다. 그런 저멩서 내가 꿈꾸어온반역 을 위한 최초의 객관적 소설이 바로 이 「침묵의 집」이다. 여기엔 내가 지향하 는 반역의 다양한 단서들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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