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역에서 처음 만나지 57초 만에 사랑하게 된 한 여자와의 운명적인 사랑을 꿈꾸는 대기업의 말단 샐러리맨 '그'(김승우 분)는 사랑하는 여자에게 청혼하러 갔다가 정숙치 못해 벌통이라는 별명까지 있는 그녀의 언니(방은진 분)에게 한눈에 찍혀 그녀와 반 강제로 결혼하게 된다. 다른 남자들과 호텔을 들락거리며 쾌락을 추구하는 영악한 요즘 여자일 뿐인 처제(임상효 분)는 오로지 용돈을 타는 것만을 목표로 형부 앞에서는 가장 순수한 아룸다움의 표상이 된다.
아내는 결혼 후 그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어 생전 처음 황순원의 '소나기'를 읽고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태교를 위해 이해할 수 없는 모짜르트의 클래식을 듣기도 한다. 그러나 여전히 처제를 사랑할 뿐이고. 한편 직장 상사인 남부장(명계남 분)은 이상 성격의 소유자로 매주 일요일 아침 8시면 그와 함께 이상한 캠페인을 벌이기도 하고 부하 직원인 미스 오(한혜선 분)에게 해고시킨다고 협박하며 살을 빼라고 강요한다. 미스 오는 남부장을 증오하면서도 살을 빼기 위해 쉬는 시간마다 화장실에서 풍선을 불고 심지어 콘돔까지 불어제끼다가 그에게 의지하게 되고 모든 것을 털어 놓는다. 아내와 처제 그리고 미스오에게까지 부대끼는 그의 유일한 즐거움은 아름다운 처제에 대한 성적 백일몽이다. 자신의 진정한 사랑이라고 믿는 처제에 대한 그리움과 애정의 갈구가 강한 성적 상상력으로 변형되고 있는 것이다. 화장실에서 아내와의 잠자리에서 끊임없이 처제와의 섹스를 꿈꾸는 그는 갑자기 회사를 그만둔 남부장 덕에 부장으로 승진한다.
그러던 어느날 재즈 처치의 개점 초대장이 날라오고 그는 미스오와 함께간 재즈처치에서 실종된 남부장을 만난다. 모든 것은 혼돈이라며 쾌락과 자유를 부르짖는 남부장과 미스오의 섹스를 보며 환멸을 느낀 그는 그속을 뛰쳐나오다가 호텔의 엘리베이터걸이 된 처제를 발견하고는 그동안 억압된 감정이 폭파되며 엘리베이터에서 처제를 끌어내리고 처제에 대한 자신의 사랑을 고백하고 아내에게 알리기 위해 새벽 거리를 달려오지만 만삭의 아내는 죽음을 무릅쓰고 그의 아이를 낳으려 앰불런스에 실려가면서 그를 놓아준다.
영화해설
처제를 사랑하는 남자와 기이한 주변인들을 통해 혼란스런 현대를 묘사한 초현실적인 작품. <아담이 눈뜰 때> <너에게 나를 보낸다>에 이은 작가 장정일의 세번째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1995년 극단 '서울 연극 앙상블'(황동근 연출)에 의해 연극으로 공연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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