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이은혜

출판사:발해

민현은 희은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속삭이듯 말했다.

"좋아해요."

그리고 그녀의 반응을 기다렸으나
희은은 조용히 그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민현은 조바심이 나는 듯 혀끝으로
입술을 축이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그때 한 키스, 취해서였다고 했던 거, 거짓말이었어요.
사실은 그때 하나도 안 취했었어. 당신이 날 피하는 것 같아서
순간적으로 그렇게 얘기해버렸던 거예요. 그런데 당신도
술김이었다고 말했을 때, 오히려 기분 나빴는데,
게다가 그 후로 나랑 얘기도 잘 안하려고 하고,
물론 나도 어색하고 그래서 처음엔 둘이 있기
껄끄러웠던 게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당신까지 나한테
말도 잘 안 걸고 할 필요는 없었잖아. 에이씨, 뭐라고 말 좀!"

민현은 그 말을 끝맺지 못했다.
순간적으로 그의 입술을 덮친 따뜻한 그녀의 입술 때문에
좀 전의 횡설수설 말할 때보다 더 정신이 없었다.

'이,이건 뭐야, 내 말에 대답이야? 아님, 아파서
제정신이 아닌 거야? 아, 모르겠다.'

민현은 복잡한 머릿속을 미뤄둔 채 희은의 입술로
고개를 숙이며 그녀의 어깨를 양팔로 끌어안았다.
조심해서 다루어야 하는 느낌의 그녀가 민현의 팔 안에 들어왔다.
열 때문일까, 그녀의 입술은 따뜻했지만 조금은 메말라있었고
팔안에 안긴 작은 어깨도 따끈했다.

"좋아한다고 말해요. 이번엔 아파서 정신이 없었다. 이런 거 안통해요."

희은을 바라보자 그녀의 눈매에 살짝 미소가 묻어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