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경과 준석은 사귄 지 일 년 된 연인 사이. 친절하고 다정다감한 준석에게 빠진 원경이지만, 준석은 원경을 수많은 여자 중 한 명으로밖에 생각하지 않는데….
"남자가 섹스를 하는 데 지불하는 건 여관비가 전부야. 그나마도 안 하는 남자들이 수두룩하지만, 결국 모든 책임은 여자가 떠맡지. 임신을 한 여자는 기로에 서. 이때 남자가 결혼을 하기로 마음을 먹는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대부분의 남자가 책임을 회피하기 때문에 여자는 뱃속의 아이를 혼자 낳아서 키우느냐, 낙태를 하느냐로 고민하게 돼. 슬픈 일이야. 낳아서 키울 경우 미혼모라 멸시 당하는 걸 감내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양육비를 벌려면 일을 해야하는 데 취업이 안 될게 뻔하거든. 그러한 고민은 대부분 낙태 수술로 이어져. 그리고 수술대위에 누운 여자는 예전에 봤던 낙태 시술, 그러니까 태아가 흡입기를 피해 달아났던 장면을 떠올리곤 자신을 혐오하거나 우울증에 빠지거나 심한 경우 자살을 감행하지. 한데 비극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아. 실상 낙태 수술을 미혼여성보다 기혼 여성이 더 많이 하거든. 결국 우리 나라의 성교육 이면엔 여성 혐오가 짙게 깔려 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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